지역 금융보험 선진화 사업단
농사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전라북도는 자연재해에 의한 시름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더욱이 기상이변으로 인해 풍수해가 빈번해진 시대, 금융보험학과 지역 금융보험 선진화 사업단은 농업인들의 수고로움과 어려움을 달래줄 ‘풍수해보험’을 알리고자 나섰다.
농가를 위한 고마운 보험
인생에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관측하고 대비해도 자연의 변덕 앞에 두 손 두 발 드는 것이 인간 존재의 숙명. 여름엔 기나긴 폭우와 태풍, 겨울엔 매서운 한파와 폭설로 말미암은 농작물 피해가 적지 않다. 풍수해보험은 풍수해를 입은 농가를 위한 최소한의 보상이라 할 수 있다.
풍수해보험은 1996년 도입 방안 연구를 시작으로 2006년 제정과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 마침내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었다. 나라에서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해줄 만큼 공익적인 성격을 띠는 사업이지만, 왜인지 가입률은 턱없이 저조한 상황. 이에 금융보험학과 지역 금융보험 선진화 사업단은 보험전문가들과 농축산업 종사자와 교류하며, 풍수해보험의 현황을 조사하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리빙랩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풍수해보험에 대한 오해들
금융보험학과 전한덕 교수를 중심으로 7명의 학생들이 뭉쳤다. 졸업 후 현장에서 풍수해보험을 다루게 될 학생들로,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실무 경험을 쌓고자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은 각종 논문과 신문기사 등 자료를 수집해 사전조사를 철저히 마쳤다.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나갈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수차례의 화상회의로 대신해야 했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현장감이 떨어졌지만, SNS를 통해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끼리 사이가 돈독해지는 계 기가 되기도 했다.
그 뒤, 실제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보험전문가들로 자문단이 꾸려졌다.
금융보험학과 학생들은 자문단과 SNS와 이 메일을 주고받으며 조언을 구했다. 그 결과, 풍수해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까닭을 알 수 있 었다. 우선 홍보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고, 농가의 안전 불감증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설마 우리 집에 그런 일이 닥칠까”하는 안일한 생각과 보험료에 대한 부담감이 앞선 것이다. 또한, 풍수해보험과 결이 비슷한 농작물 재해보험과 중복 보장이 안 되는 점 때문에, 농가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입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지역에 따라 풍수해 위 험도가 다른데도 보험료가 동일한 것도 또 다른 이유로 작용했다. 덜 위험한 지역의 농가에선 굳이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전라북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종사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풍수해보험의 허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역시 풍수해보험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다.
“가입해 봐야 제대로 된 보상을 못 받는다더라고요.”
보험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가 농가의 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보험회사에서 상품을 충분히 안내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즉, 보험회사와 소비자의 깊이 있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농가와 지역을 살리는 밑거름
따라서 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해 홍보를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풍수해보험을 개발하고 보장 범위를 넓히며, 보장금액을 인상하고 보험료를 차등 납부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풍수해보험 문제의 개선점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결과를 얻었다. 여기에, 보험설계사들의 다가가려는 노력이 선행되고, 소비자들의 귀 기울여서 들으려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번 연구결과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선, 코로나19 이후 각종 세미나에서의 발표를 통해, 지역사회에 보다 널리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할 것이다.
보험은 만능열쇠가 아니다. 보험이 재난재해를 막아주진 않는다. 다만, 피해를 줄이고 빠른 회복을 돕는다. 보험을 잘 이용한다면, 불 가피한 상황을 눈앞에 두고 망연자실 주저앉지만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금융보험 선진화 사업단의 리빙랩 프로젝트가, 농가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