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플라스틱, 환경보전의 공든탑이 되다
학생지원 리빙랩 프로젝트

어떤 사회 문제라도, ‘눈으로’ 확인하는 것 만큼 확실한 문제 제기 방식이 또 있을까? 교내에 버려진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들, 그 파편이 모이고 모여 눈덩이처럼 쌓인다면 환경오염에 경종을 올리는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아지 팀은 그래서 플라스틱으로 탑을 쌓아보기로 했다. 플라스틱이 제로(Zero)가 될 때까지.
오염의 증거를 수집해 하나의 퍼포먼스로 완성하다
강아지는 2020년 진행된 리빙랩 수업에 참여한 5개 팀 중 하나다. 이들은 플라스틱·환경오염을 주제로 골라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회복지학과 윤현규 팀장을 중심으로 게임콘텐츠학과 전종현, 재활학과 김성은 팀원 두 명이 더해져 이 참신한 도전을 기획했다.

프로젝트 주제는 ‘Zero Plastic’.
1m x 1m x 2m 규격의 큼지막한 투명 전시물을 세우고, 내부를 전주대학교 캠퍼스 내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채워버린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탑’처럼 쌓인 전시물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만큼, 학교를 찾아오는 학우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딱 알맞다고 생각해서다.
윤 팀장과 팀원들은 수업에서 처음 만난 사이여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공통 목표를 설정하면서 뜻을 모아나가기 시작했다. 교내 어디를 가건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플라스틱으로 범람하는 모습은 흔했고, 흔한 풍경이니만큼 환경오염에 대한 학우들의 위기감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어떻게 의식을 바꿔야 할지 고민할 때 생각난 것이 퍼포먼스가 결합된 설치 미술 전시였다. 시시각각 쓰레기로 차오르는 전시물을 보면서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좋은 방안이었다. 전시물 제작은 멘토로 정문성 선생님께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줬다.
이들은 준비한 프로젝트가 단순히 일회성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으려면 전주대 구성원 모두가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속적이고 강도높게 분리수거 대책 및 환경 개선 요구를 펼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초 목표는 일반 학우들이 대상이었지만, 코로나19로 등교가 중단되면서 학교의 행정과 운영을 담당하는 교직원들이 목표가 됐다.
강한 인상을 주려면 기습적으로 교내 임직원들이 자주 쓰는 건물에서 게릴라 전시를 펼치고 쓰레기를 부어 버려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며 의견 대립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반감만 키울 것이란 의견에 온건한 방식이 선택됐다. 통행량이 많은 학생회관 앞 교차로 인근 ‘드림빌’에 전시하자는 것. 추가로 이런 퍼포먼스를 기획한 이유를 적은 포스터와 배 너를 교내 곳곳에 부착해 캠페인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로 했다.


타인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의 마음부터 바꾸다
“아쉽게도 장소 대여 문제로 전시물을 계속 둘 수 없어 철거해야 했어요. 학교 정문으로 장소를 옮겨 연장전시를 하고, 학교밖으로 연속 전시를 하면서 지역 캠페인으로 확장하고 싶은 계획도 논의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라도 실현하기는 어렵겠더라고요. 이런 심각성을 학우들이 몸소 느끼도록 해야 효과가 클텐데, 아쉬운 마음이 커요.”
코로나19로 발길이 뚝 끊긴 캠퍼스였음에도 이들은 2020년 2학기 동안 전시물을 꽉 채우고도 남을 만큼 교내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수거했다. 물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 완화된 이유도 있겠지만, 그 점을 고려해도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카페에 자주 다니면서 일회용 커피잔이나 빨대를 사용하는 일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어요. 그런데 리빙랩을 진행하면서 의식이 조금씩 바뀌었죠. 저 한 사람이 버리는 쓰레기는 많지 않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장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드니까 새삼 무섭더라고요.”
김성은 팀원은 어느 순간부터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제는 아파트 분리수거장만 봐도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버려진 플라스틱들과, 어마어마한 배출량이 눈에 확 들어 온단다. 또 교내에서 환경미화 업무를 보는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도 새삼 실감했다. 그저 리빙랩 목표 달성에만 급급해 하지 않고, 환경오염이라는 커다란 문제를 직시하게 된 것이다.
강아지 팀원들은 캠페인 결과보다도 진행 과 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담담하게 생각했던 플라스틱 분리수거, 재활용의 중요성을 절절히 깨달은 것이다.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심각한 환경오염 실태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타인의 마음을 바꾸려고 시도한 일들이 먼저 이들의 마음가짐부터 바꿔 놓았다.
Step Forward
1. 문제 찾기
- 교내 곳곳을 잠식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캠퍼스 환경을 어지럽히는 현실을 개선하고, 이를 치우기 위해 힘든 업무를 수행하는 청소 근로자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2. 문제 분석
- 교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량을 줄이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학교 측에서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강한 퍼포먼스를 진행해야 한다.
3. 해결책 제시와 실행
- 설치 미술 형태로 투명 전시물을 만들어 교내 플라스틱을 수거해 채움으로써 심각한 플라시틱 낭비 실태를 전달하고, 이를 캠페인으로 진행해 사회 인식의 환기를 유도한다.
4. 아이디어 확장·개선
- 단발성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고 장소를 옮겨 연속 전시를 펼치고자 계획했으나, 코로나19와 종강 등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