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정보 Global Master 양성 사업단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좀처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또, 막상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겠다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책의 내용을 깡그리 잊곤 한다면? 이런 이들에게 문헌정보학과 학술정보 Glocal Master 양성사업단의 ‘원 북 원 전주’를 권한다.
같이, 그리고 깊이 읽기
독서는 ‘책을 보는’ 것이 아닌, ‘책을 읽는’ 활동이다. 눈으로 글자를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닌, 글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아는 것이 참된 독 서이다. 책의 내용이 새로운 사유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을테다. 문헌정보학과 학술정보 Glocal Master 양성사업단이 진행한 ‘원 북 원 전주(one book one jeonju)’는, 책 한 권을 꿀꺽 삼키기보다 꼭꼭 씹어먹는 소화과정에 초점을 맞춘 리빙랩 프로젝트이다.
‘원 북 원 전주’는, 미국 시애틀의 시립도서관에서 시작된 ‘one book one city’ 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획되었다. 한 지역의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독서운동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은 기존과 달리 성인이 아닌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한 팀 당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아이들에게 읽힌 뒤, 책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독후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주요내용.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은 초등학생팀, 중학생팀, 고등학생팀으로 나누고, 각 팀의 활동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홍보팀까지 총 네팀이 꾸려졌다. 활발한 학과 활동을 통해 선후배간의 돈독한 관계를 도모하고 싶다는 학생부터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사회에 적용시켜보 고 싶다는 학생까지 각자 참여 동기는 다양했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 주고 그로 인해 전주시의 독서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공통된 마음이 있었다.
한 학생은 “책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계자 역할을 하고 싶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이렇게 모인 학생들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리빙랩 프로젝트의 과정을 밟아나갔다.
오늘은 내가 책 속의 주인공
셀 수 없이 많은 책 중에서 단 한 권을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책 중에서도, 여러 독후활동과 연계가 가능한 책을 고심해서 골랐다. 초·중·고등학교의 사서 교사들에게서 수집한 추천 도서 목록을 꼼꼼히 살펴본 뒤, 가장 알맞은 책을 선정했다.
초등학생 팀이 읽은 책은 『신통방통 홈쇼핑』으로, 도깨비가 홈쇼핑에 출연해 상상의 물건을 파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책은 읽은 뒤 마인드맵을 통해 신비의 물건을 구상하고, 만들기 키트를 이용해 실제로 제작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아이들이 책의 주인공이 되어 책의 내용을 실제로 체험해 본 것이다.
중학생 팀은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라는 책을 읽고 토론한 뒤, 주변 지인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책 표지그리기와 책 결말쓰기 등 풍성한 독후활동으로 사고의 폭을 넓혔다.
고등학생 팀이 선정한 책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다. 이제 막 대학입시를 통과한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고 보니 입시가 그저 인생의 여러 선택 중 하나였음을 깨달았다. 입시 준비로 바쁜 고등학생들이 잠시나마 학업을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책을 골랐다. 독후활동으로는 독서 책자 만들기와 울림문장을 이용한 나무 책갈피 만들기 활동이 이어졌다. 고등학생팀은 모집과정에서부터 난항을 겪었다. 한창 입시에 열중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는 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보기간을 2주 더 소요하며 여러 학교의 문을 두드린 끝에, 겨우 3명의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난관을 거치니 뜻밖의 수확이 돌아왔다. 인원이 소수이다 보니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학생인 문헌정보학과 학생들과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며 돈독해질 수 있었고, ‘인생’ 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성찰할 수 있었다.
나에게 맞는 독서 습관 만들기
이번 리빙랩 프로그램은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에게 무척 뜻 깊은 경험이었다. 사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독서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해보며 실무능력을 향상시킨 소중한 기회였다. 또한, 아동 대상의 한 독서교육에 필요한 실질적인 고민과 방법들을 깨닫게 되었다.
나아가, 학생들 스스로도 독서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독서편식과 독서후 사고과정에 소홀했던 그동안의 습관을 돌아본 것이다. 또한, 팀을 이뤄 협업하며 하나의 과제를 이끌어가는 과정을 통해, 소통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발전시키기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처음의 계획과 틀어진 일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 해 동안 발행되는 책만 무려 6만여권. 범람하는 책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보다는, 단 한권의 책이라도 밀도있게 읽으며 사유를 깨우치는 경험이 훨씬 귀하고 값질 테다. 나에게 딱 맞는 독후활동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 제안하는 ‘원 북 원 전주’ 를 통해, 한 권의 책이 지닌 가능성의 씨앗을 틔워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