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3
본디 차(茶)는 고려의 문화로 유명하다. 화려한 귀족 문화에 걸맞게 다채로운 차 향을 즐겼던 고려와 달리 조선은 성리학 이념에 따라 불요불급한 차 문화를 지양했고, 마시더라도 담백한 차를 주로 마셨다. 역사적 사실은 그렇지만, 조선에도 티타임이 성행했다면? 그래서 조선만의 차 내음이 전주를 적셔왔다면? 이런 색다른 발상으로 BIG3는 사업을 시작했다.
왕조의 본향에서 즐기는 다류 감성
지역색이 또렷한 브랜드는 국내에 여럿 있다. 차로 말할 것 같으면 제주도의 오설록이 유명하다. 그러나 지역 브랜드가 꼭 지역의 역사적 고증에 부합하는 제품만을 만들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감수성’ 이 얼마나 반영되느냐는 것. BIG 3는 그래서 조선의 정통보다는, 조선의 향취를 선택했다.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로 유명한 고장이죠. 그래서 한옥과 전통문화의 산실로 꼽히고요. 고증대로만 하자면 차 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은 전주답게 식혜나 수정과 같은 전통 음료만 브랜드로 만들어야 하는데, 굳이 고정 관념에 사로 잡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봤어요. 과감하게 벗어날 부분은 벗어나고, 지킬 부분은 지켜서 전주 차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최재호 팀장의 말처럼 BIG3의 전략은 과감했다. 브랜드 이름부터 남다르다. 관습대로면 순우리말이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이들이 정한 이름은 Leave on. 원래는 전통 꽃차 브랜드를 생각했으나 시장성이 더 뛰어난 다류제품으로 개발 계획을 선회했다. 여기에 꽃차를 포인트로 가미하는 정도로 느낌을 부여하겠다는 것. 블렌딩 티 브랜드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 이름도 영문으로 지었다.
전주적인 사실성을 무시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BIG3는 시장성에 표를 던졌다. 어쨌든 창업은 시장 가능성이 뛰어난 아이템이 살아 남는 법이고, 전주의 아이덴티티는 뉘앙스로 구현하는 차선책이 존재했으니 말이다.
대신 전주의 지역 스토리텔링을 각 제품에 접목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
BIG3가 가장 집중한 것이 바로 차의 맛이다. 6대 다류 베이스에 어울리는 꽃을 찾아 여러 조합으로 블렌딩을 시도했다. 가장 좋은 반응 을 얻은 것이 백차와 계화를 배합한 조합. 향과 맛이 모두 으뜸이란 평을 들었다.
“영업 기밀이라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티백 2g 기준으로 백차와 계화의 비율을 0.01그램 단위까지 산정해 시제품 레시피를 완성했어 요. 비율 조절을 수없이 실패하면서 찾아낸 황금 비율이었죠. 시음 평가에서도 호응을 얻었고, 시제품 생산을 천지운이라는 업체에 의뢰 해 생산 일정과 견적을 조율했어요.”
이광현 팀원은 ‘직접 할 수 있는 일’과 ‘직접 하기 어려운 일’을 과감히 분류해 정리한 것이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한다. 공장을 직접 지을 수 없으니 OEM 방식으로 생산 방식을 돌리고, 대신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식이다. 이러니 훌륭한 경영이라고 해도 과찬은 아닐 터.
성장하는 개인이 모여 성장하는 회사가 된다.
BIG3는 사업성 확보를 위한 결단만큼 개인의 성장에도 방점을 찍어 주고픈 팀이다. 진행 과정 내내 팀원 모두가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섭렵해 나갔다. 전주의 문화 자산을 공부하면서 지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키워 나간 것은 물론이거니와, 차의 역사와 차 재배지별 특성, 지연 차 농가의 상품 특징 같은 데이터 분석은 일상이었다고. 특히 최 팀장은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티소믈리에와 티블렌더 두 가지 교육을 수료하고 차 전문가로 거듭났다.
“제품을 만들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죠. 시제품의 시장성을 알고 싶으니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싶었어요. 시장의 경 쟁을 뚫고 저희 제품이 살아남게 하려면 이정도 노력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이니 맛만큼이나 디자인도 중요했다. 차 패키지부터 소장욕이 마구 솟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구매욕 도 상승할거란 생각이다. 그러니 디자인 방향에 대해서 치열하게 토론할 수 밖에 없었다. 전통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릴 것이냐, 아예 세련 되게 만들 것이냐, 적절히 섞을 것이냐는 3파전 속에서 결국 전통 요소를 활용한 모던한 디자인이 채택됐다. BIG3는 앞으로의 개발 계획 을 촘촘히 세워 대비 중이다.
계절·기념일에 맞는 한정판 차를 만들거나, ‘차를 마시는 시간’ 자체를 콘셉트로 활용해 새벽, 오후 등의 제품을 새로 기획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동아리 활동 성과를 바탕으로 예비 창업 패키지에 지원할 의지도 있다.
“저희가 정말 팔고 싶은 것은 차 자체보다는 차를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이에요.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차 문화가 볼륨이 작아 요.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직 시장에 들어오지 않은 고객으로 넘쳐나는 나라라는 뜻이죠. 차 문화를 확산시키고 차를 즐기는 생활이 보 편화되면 매출은 자연스레 따라 올라갈거라고 봐요.”
Step Forward
1. 문제 찾기
- 차를 즐길만한 문화적 기반과 주민 관심도가 떨어진다. 식혜나 모주 같은 전통 음료와 주류는 제법 뿌리내려 있으나, 오히려 차는 오설록 같은 타지역 브랜드가 유명하다.
2. 문제 분석
- 강력한 지역 브랜드가 부족한 전주, 특히 차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시류를 타파하고 전주 대표 차 브랜드를 개발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정착시켜야 한다.
3. 해결책 제시와 실행
- 전주의 문화적 특색을 살린 제품군을 개발하되, 차 본연의 맛과 향을 잘 살려 시제품을 제작한다. 아울러 지역민에게 차 문화를 전파하고 홍보한다.
4. 아이디어 확장·개선
- 지역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전주만의 스토리텔링을 접목시킬 방안을 찾아 지역성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