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영화인들을 위한 등용문을 만들다

학생지원 리빙랩 프로젝트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을 필두로 수많은 한국 영화가 세계의 상영관을 점령해나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영화의 전성기다. 그러나 정작 영화계의 새싹인 학생 영화인들의 작품이 스크린에 오르기는 너무도 어려운 것이 현실. 그래서 학생 영화인들이 직접 ‘등용문’을 만들어보고자 똘똘 뭉쳤다. 바로 JUFF팀이다.

바늘구멍보다 통과하기 어려운 데뷔 스크린

JUFF는 전주대학교 영화방송학과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결성됐다.

팀명부터 ‘전주대학교 필름 페스티벌’의 약자다. 이들이 영화제를 통해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학생의, 학생을 위한, 학생의 영화제’를 만드는 것이다. 바늘 구멍보다 통과하기 어렵다는 기성 영화제를 비집고 들어가는 길 대신,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것.

“학생들은 기존 영화제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아요. 큰 자본이 없이 학생 수준에 맞는 영화를 제작해야 하니 규모를 키운 대작을 만들거나 유명한 배우를 섭외하기 어렵죠. 또 세계의 여러 명작들과 경쟁한다는 것부터 참여 의지를 잃게 만들고요. 출품하려면 필모그래피부터 쟁쟁해야 하는데, 요즘 말로 경력있는 신입을 원한다는 거나 마찬가지라서요.”

임석현 팀장은 이제 막 싹을 틔운 학생 영화인들이 성장하기에는 ‘데뷔’부터 거대한 벽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영화계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JUFF 팀원들 중에는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 신청을 하고 난 후 초청되지 않았다는 답신을 받고 낙담에 빠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다. 링 위에 오를 수 없으니 평가조차 받지 못한다.

“물론 학생 영화인들의 데뷔 무대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지만, JUFF만의 냄새도 흠뻑 부여하고 싶었어요. 기존 영화제들은 주제와 분야를 핀포인트로 맞춰 기획되기 마련이에요. 독립, 예술영화에 특화된 전주국제영화제만 봐도 그렇죠. 하지만 학생 영화인들은 다양한 영화 분야와 제작 철학을 습득하고 자신의 방향을 찾아 나가는 입장이라 딱 고정된 콘셉트로 영화를 만들기 어려워요. 그래서 조금 더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대주제를 다루는 영화제로 만들고 싶었어요.”

김진아 팀원의 말대로 이들이 준비한 영화제의 주제는 담론적 성격이 짙게 드러난다. 테마인 ‘우리들’은 다시 ‘너’와 ‘나’라는 2가지 섹션으로 분리되어 출품작들을 담는다. 자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이야기와, 타인의 도움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이야기를 모았을 때 ‘우리의 세상’이 바뀐다는 철학을 올곧게 담아낸 것이다. 장르나 장·단편 등 분류적 구분을 넘어 메시지에 집중한 영화제를 만들고 싶어서다.

변화는 결과보다 값진 과정에서 탄생한다

큰 기대를 안고 준비를 시작한 JUFF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이들에게 녹록지 않은 시련을 안겨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유행의 공포 속에 11월 28일로 개막일을 정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3차 대유행이 닥쳐오면서 1월 14일로 연기를 고려했지만, 대유행이 사그러들지 않아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온라인 상영 방식도 고민해봤으나, 어떤 형태로든 영화제 상영시 ‘기출품작’이 되어버리는 탓에 출품작들의 향후 흥행과 전망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결국 영화제 자체가 취소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동안 준비하며 얻은 모든 성과가 물거품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결과보다 값진 추진 과정에서 소중한 깨달음을 착실하게 수확했다는 말이다.

“정말 마음먹고 단단히 준비했는데 이렇게 되어서 아쉬움이 큰 건 어쩔 수 없죠. 방역을 위해서 마스크도 준비하고 소독 스프레이도 사고, 관객끼리 대화를 못하게 하는 지침까지 세우고 대비했는데 허망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저희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학생 입장에서 알 수 없었던 영화 산업의 매커니즘과 현실, 그리고 앞으로 영화인으로 살아갈 때 큰 도움이 될 지식을 터득했으니까요.”

‘19학번 새내기’이자 팀의 막내인 박소현 팀원은 1학년 수준에서는 알기 어려운 각종 실무 경험을 쌓은 게 이번 리빙랩에 참여한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한다. 박 팀원 뿐만 아니라, JUFF팀 모두가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전주 시내 대형 영화관들을 돌아다니며 협조를 구하러 다니면서 영화의 상업적 기능을 고민하게 됐다. 또 출품작을 선별하고 소개하기 위해 학우들의 작품을 보고 분석하며 ‘관객’으로서의 접근성도 고려할 수 있는 시야를 키웠다.

“사실 상영관 구하기가 제일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CGV고사점 직원 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정말 큰 위안을 받았어요. 저희 영화제 취지도 공감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셔서 기뻐요. 리빙랩이라는 기회를 얻은 것도 천운이라고 생각하고요. 학생끼리 영화제를 만든다는게 불가능해 보였는데, 리빙랩의 예산 지원과 멘토 분들의 조언을 통해서 실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들은 비록 올해 영화제를 개막할 수는 없었지만, 아쉬움을 딛고 영화 제작의 꿈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혹시 영화제를 다시 준비해보고 싶은 후배들이 있다면 그동안의 준비 과정과 성과를 공유해줄 마음도 품었다. 무엇보다 학우들과 ‘영화인’으로서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끈끈하게 다졌다는 기쁨만큼은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고.

“리빙랩은 영화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믿음을 확신으로 발전시키는 계기였어요. 따로따로였다면 개개인 작품에 머물렀을 열정들이, JUFF라는 공동의 목표로 뭉치고 변화를 향해 한 발자국 나가는 모습이 가장 뿌듯했어요.”


Step Forward

1. 문제 찾기

  • 학생들이 만드는 영화 한 편은 1~6개월의 제작 기간과 1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모여 빚는 꿈이지만, 영화제의 문턱을 넘기는 너무도 어렵다.

2. 문제 분석

  • 전 세계로부터 출품작을 응모하는 기존 영화제의 높은 경쟁률을 뚫기에 학생들의 작품은 자본 규모나 필모그래피가 부족하다.

3. 해결책 제시와 실행

  • 차라리 학생과 신진 영화인을 위한 새로운 영화제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청년 주체의 JUFF 영화제를 개최해 개개인의 등용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4. 아이디어 확장·개선

  • 1회 JUFF를 시작으로 영화제 규모를 확장해 청년 영화인에게 제작 지원금을 주고 관련 업계 취업의 기회를 넓히고자 로드맵을 마련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달성이 불가능해진 한계를 맞았다.